유대인 구한 가짜 전염병 ‘신드롬 K’
야드 바솀(Yad Vashem)은 나치 독일에 의해 희생된 홀로코스트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3년 예루살렘에 건립된 국립기념관이다. 기념관 측이 ‘의로운 사람들’이란 칭호를 부여하고 업적을 기리는 세 명의 의사들이 있다. 이들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박해의 상징인 로마의 ‘파테베네프라텔리(Fatebenefrateli) 예수성심병원’을 유대인들의 피난처로 바꾼 이탈리아 의사들이다. 여느 위인들이 그랬듯, 이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악명 높은 공포의 장소를 ‘생명의 집’으로 전환시켰던 반전의 주인공들, 이들은 그 시대의 위대한 ‘세계 시민’이었다. 1943년 9월 로마를 점령한 나치는 즉시 로마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때를 같이해 로마에는 ‘신드롬 K’라 불리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발한다. 로마 바티칸시의 빈민가 지역에 위치한 이 가톨릭 병원은 유대인들을 수감시킬 강제 수용소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드롬 K가 갑작스럽게 유행하면서 보균자들을 격리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의사들은 피난처를 찾은 많은 유대인들을 숨기고 이들을 나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신드롬 K’라는 가짜 전염병을 만들어 낸다. 전염병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역이용하여 유대인들을 질병에 감염된 전염병 환자로 위장시킨 것이다. 신드롬 K는 반파시스트 운동가였던 아드리노오시니(Adriano Ossicini)의 제안에 비토리오 사세도(Vittorio Sacerdoti), 조반니보로비오(Giovanni Borromeo)가 가세하면서 탄생한다. 이들은 신드롬 K를 주제로 한 논문을 작성해 나치 측에 신드롬 K가 경련, 치매, 마비 등의 증세를 동반하며 궁극적으로는 질식으로 인한 사망을 초래하는 신경질환이라고 보고했다. 의사들은 유대인 환자들에게 큰소리로 기침을 하고 결핵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위대한 지혜의 발로였다. 나치의 의심이 고조되자 그들은 이탈리아 남부에서 전투 중인 연합군이 로마로 진격할 때까지 시간을 끈다. 신드롬 K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거꾸로 생명을 구한 역사상 유일한 가상 전염병이다. 나치의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 신부와 의사들은 유대인들을 보다 안전한 은신처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44년 5월,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나치들이 병원을 습격, 유대인 5명이 체포했다. 이들 5명을 제외한 모든 유대인들은 병원으로부터 안전하게 탈출했다. 지난 5월 타계한 레이 리오타(Goodfellas)의 유작. 그가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김정 영화평론가신드롬 영화 신드롬